큐리오시티 로버, ‘박스워크’ 지형 통해 고대 물길 흔적 포착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가 화성의 고대 수로 흔적과 함께 독특한 격자무늬 지형, 이른바 ‘박스워크(boxwork)’를 발견하며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탐사는 그동안 궤도에서만 관측되던 마운트 샤프(Mount Sharp) 인근 지역을 직접 조사하며 얻은 성과로, 고대 강과 호수, 심지어 바다의 흔적까지 포착되었다.
로버는 게일(Gale) 분화구 내부에서 교차하는 낮은 융기 구조들을 발견했는데, 이 구조들은 지질학적으로 미네랄이 암석의 균열 사이로 침투해 단단히 굳은 흔적으로 보인다. 수십억 년 동안 지속된 화성 바람의 침식에도 불구하고, 이 미네랄은 시멘트처럼 남아내며 박스워크 형태의 내구성 있는 구조물을 형성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큐리오시티 프로젝트 과학자 애쉬윈 바사바다는 “이 지형이 왜 이토록 특이하게 단단해졌고, 왜 이 지역에만 존재하는지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라며, 로버가 이동하며 추가 조사를 진행 중임을 밝혔다. 이번 지형은 마운트 샤프의 다양한 기후 시기에 형성된 퇴적층에 위치해 있으며, 큐리오시티는 가장 오래된 층부터 가장 최근 층까지 오르며 화성의 물 존재 여부와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시간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
화성의 얕은 얼음 지형, 미래 인간 거주지로 주목받아
큐리오시티의 발견과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성과가 보고되었다. 미시시피 대학교의 행성과학자 에리카 루치(Erica Luzzi) 박사팀이 이끄는 연구에서, 화성 중위도 지역인 아마조니스 플라니티아(Amazonis Planitia)에서 지표면 바로 아래 얕은 얼음층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확보된 것이다. 이 지역은 화성의 극지방과 달리 비교적 온화한 기후와 적절한 햇빛을 제공해 태양광 기반 장비 운용과 인간 생존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NASA의 고해상도 화성 정찰 위성(MRO) 이미지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얼음의 존재를 시사하는 다양한 지표 구조—밝은 테두리의 충돌구, 다각형 균열, 미세한 지형 굴곡 등을 확인했다. 이 얼음은 지표에서 불과 1미터 깊이에 위치한 것으로 추정되며, 미래의 유인 탐사나 로봇 임무에서 쉽게 채굴될 수 있다.
루치 박사는 “이 지역은 햇빛이 충분하면서도 지하 얼음이 보존될 수 있는 이상적인 조합을 갖췄다”며, 향후 유인 탐사의 주요 거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지하 얼음, 생명체 흔적 보존 가능성도 내포
이번에 발견된 지하 얼음은 단순히 자원으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연구하는 데도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지구에서는 극한 환경의 얼음 속에서도 미생물이 생존하거나 생물학적 정보가 수천 년 동안 보존되는 사례가 많다. 화성 역시 과거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면, 이 얼음 속에 그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NASA는 이번 이중 발견—큐리오시티의 박스워크 구조 분석과 아마조니스 플라니티아의 얕은 얼음층 탐지—을 통해 과거 화성의 환경 변화는 물론, 인간이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는 미래 탐사 기지를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향후 화성 표면에 숨겨진 물의 흔적과 고대 생명체의 단서를 파악하기 위한 추가 탐사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