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연극 – 이스라엘의 현실을 마주하다

이스라엘 작가 리지 도론은 지난 1년 반 동안의 감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녀의 신작 『우리는 일상을 연기한다』는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 사회가 마주한 상처와 고통, 그리고 생존을 향한 투쟁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묘사한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고통의 연대기, 리지 도론

어린 시절부터 리지 도론은 타인의 고통을 번역하는 이야기꾼이었다. 그녀의 첫 책 제목은 「왜 전쟁 전에 오지 않았나요?」였다. 이번 책에서 도론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에서 열린 노바 페스티벌을 기습 공격한 이후의 일상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했다. 이 일기에는 텔아비브, 예루살렘, 베를린을 오가며 그녀가 겪은 감정과 생각이 담겨 있다. 전쟁 이후 일상에 스며든 불안과 트라우마는 그녀가 묘사하는 ‘작은 조각’ 속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그녀는 국가의 큰 사건들을 개인의 소소한 일상과 접목시켜 풀어낸다. 제목인 『우리는 일상을 연기한다』는 말이 몸으로 와닿는 이유다. 매일의 삶이 연극처럼 느껴지는 현실을 그려낸다.

갈라진 사회 속에서의 일상

책 속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가족들이 등장한다. 한 남성은 하마스의 학살에서 살아남은 이들과 함께 호텔에 거주하던 아내를 위해 새로운 집을 찾는다. 텔아비브 해변가 카페에서는 두 남성이 대화를 나누는데, 두 사람 모두 한 손이 없다. 도론이 거주하는 20층 아파트에서는 무명의 장례식이 열린다.

엘리베이터에서 늘 조용히 마주치던 보리스 셀렌코 상사는 가자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10월 7일 영웅으로 기려지고, 이웃들 — 배관공, 번역가, 마사지사, 변호사, 의사 — 은 그의 유족에게 도움을 약속한다. 도론은 생각한다. 작가인 자신이 이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몇 주 후, 도론은 아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한 어머니를 목격한다. 아이는 눈을 빛내며 “보리스 영웅이 이 아파트에 살았대요”라고 말한다. 어머니는 조용히 대답한다. “그래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니?” 도론은 그 순간 자신이 엄마의 목소리로 말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영웅이란 그런 것이다.

눈물을 자아내는 절제된 글

각자 자신의 전쟁 속에 살아간다. 도론의 어머니에게는 1945년이, 도론 자신과 친구들에게는 시므하 토라 명절이 영원히 각인되어 있다. 바로 그날, 하마스의 공격이 있었다.

그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머무르며 뉴스에 귀를 기울인다. 작은 정보 하나에도 민감해지고, 불안과 공포가 마음을 잠식한다. 모든 것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문득, 어머니와 전보다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결국 도론은 일정을 줄이고 고향 텔아비브로 돌아간다.

작지만 깊은 여운

이 책은 단 160쪽에 불과하지만, 하루 만에 읽히면서도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는다. 냉소도, 증오도 없지만, 눈물이 절로 흐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리지 도론 – 우리는 일상을 연기한다

  • 쪽수: 160쪽

  • 장르: 소설

  • 번역: 마르쿠스 렘케 (히브리어 원작)

  • 출판사: dtv

  • 출간일: 2025년 4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