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몸값’ 다이어트와 뜨거운 연말 콘텐츠 전쟁… K-콘텐츠의 명과 암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가 치솟는 배우 출연료에 칼을 빼 든 가운데, 연말 스트리밍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별들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제작비 효율화라는 내부적인 진통 속에서도 구독자 쟁탈전을 위한 각 플랫폼의 텐트폴(대작) 경쟁은 식을 줄 모르는 분위기다.

회당 3억 원 상한선, 출연료 인플레이션에 제동

최근 업계에 전해진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넷플릭스의 출연료 정책 변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최근 작품 계약에서 주연급 배우의 회당 출연료를 최대 3억 원대 수준으로 제한하는 기조를 세웠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일부 톱스타들의 몸값이 회당 4억~5억 원, 심지어 8억 원 설까지 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정이다. 이는 천정부지로 치솟던 제작비 거품을 걷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몸값 낮추기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넷플릭스 선호 현상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전 세계적인 인지도 확보는 기존 레거시 미디어나 토종 OTT가 줄 수 없는 강력한 매력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측은 이에 대해 “출연료에 일률적인 상한선은 없으며, 기여도와 제작 기간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합의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드라마 생태계의 위기와 양극화

넷플릭스가 촉발한 제작비 상승은 부메랑이 되어 국내 콘텐츠 시장을 강타했다. 과거 회당 3억~4억 원 수준이던 드라마 제작비는 넷플릭스 진출 이후 20억 원대가 예사로운 일이 되었다. 자금력에서 열세인 국내 방송사와 토종 OTT는 자연스럽게 제작 편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2022년 141편에 달했던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올해 80여 편으로 급감했다.

유명 배우들조차 유튜브 등에서 “작품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보릿고개를 토로하는 현상은 무너진 생태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관계자 역시 지난해 “제작비 급등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 바 있는데, 그 우려가 2025년 현실이 된 셈이다.

역대급 실적 견인한 ‘오징어 게임’ 시리즈

이러한 제작비 논란 속에서도 K-콘텐츠는 여전히 넷플릭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상반기 시청 보고서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시즌 2와 3은 글로벌 최다 시청 시리즈 2, 3위를 나란히 차지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증명했다. 특히 이정재가 회당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받았다는 외신 보도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지만,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의 활약에 힘입어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한 약 110억 달러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넷플릭스의 연말 굳히기: 전도연·김고은부터 ‘흑백요리사2’까지

제작비 효율화와는 별개로, 연말 대목을 노린 라인업은 화려하다. 넷플릭스는 전도연, 김고은 주연의 ‘자백의 대가’로 2025년의 대미를 장식한다. ‘사랑의 불시착’ 이정효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비영어권 TV 부문 2위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오는 19일에는 김다미, 박해수 주연의 SF 재난 영화 ‘대홍수’가 공개되어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예능 부문에서는 전 국민적 신드롬을 일으켰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가 16일 귀환한다. 백종원, 안성재 심사위원을 필두로 미슐랭 셰프들이 대거 합류해 다시 한번 주방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디즈니+와 토종 OTT의 거센 반격

경쟁사들의 추격 또한 매섭다. 디즈니+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현빈, 정우성 주연의 시대극 ‘메이드 인 코리아’를 선보인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대작은 방영 전부터 시즌 2 제작을 확정 지을 만큼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티빙(Tving)은 ‘임영웅: 아임 히어로 투어 2025’ 생중계를 비롯해 ‘환승연애’, ‘귀멸의 칼날’, e스포츠 등 충성도 높은 팬덤을 겨냥한 라이브 콘텐츠 강화 전략을 택했다. 쿠팡플레이 역시 KT 지니TV와 협력한 ‘동네의 영웅’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직 특수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코믹 액션물은 공개 2주 차에 시청량이 420% 급증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배우들의 몸값 거품 논란과 제작 편수 감소라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도, 플랫폼들의 생존을 건 연말 콘텐츠 전쟁은 K-콘텐츠의 질적 성장을 또 한 번 시험하고 있다.